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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사태, 54억 손배소와 '처벌 불원'의 딜레마: 락카는 누가 지우나?

by 웨더맨 2025.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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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사태, 54억 손배소와 '처벌 불원'의 딜레마: 락카는 누가 지우나?

부제: '폭력'의 정의와 '참교육'의 의미를 묻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를 뒤덮었던 락카 스프레이의 흔적은 아직도 선명한데, 법적 공방의 시계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경찰이 동덕여대 시위 관련 재학생 등 22명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소위 '깡깡전화', '귀틀막(귀를 틀어막을 정도의 소음) 시위' 등으로 알려진 행위들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식과 함께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피해 당사자인 동덕여대 측이 이들에 대한 형사고소 취하서와 함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입니다. 한때 54억 원에 달하는 피해 복구 견적서를 내밀었던 학교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 그렇다면 아직도 캠퍼스 곳곳에 흉터처럼 남은 락카와 파손된 시설물들은 대체 누가 책임지고 복구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 이 글에서는 동덕여대 사태의 현재를 진단하고, 그 이면에 담긴 '책임', '폭력', 그리고 '교육'의 본질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보고자 합니다.

1. 54억의 견적서와 '처벌 불원'이라는 아이러니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합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내 것이 아닌 물건을 부수거나 훼손했다면, 그 행위를 한 사람이 원상복구하거나 배상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동덕여대 사태에서 학생들은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 등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냈습니다. 시위의 동기나 목적 자체는 학생의 자치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학교 건물 내외부에 무분별한 락카칠을 하고, 이사장의 부친 흉상을 훼손하는 등의 행위는 명백한 '재물손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학교는 왜 돌연 입장을 바꿨을까요?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 '온정주의'의 함정: 학교가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교육기관의 특성이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미래에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을 막아주려는 의도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행위에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입니다.
  • 갈등 회피 전략: 1년 반 이상 이어진 갈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학교 측이 더 이상의 마찰을 피하고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내부 압박: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내부적인 압력이나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54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피해액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입장 사이의 괴리는 이 사태의 핵심적인 모순을 보여줍니다. 피해는 실재하는데 책임질 주체는 모호해지는 기이한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2. '폭력'이라는 단어에 대한 첨예한 시각차: 눈사람과 락카칠

지난해 시위가 한창일 때, 오세훈 서울시장은 "법을 위반한 것이며 원인 제공자가 책임져야 한다"며 서울시의 세금 지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동덕여대 사태를 '폭력'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자 이런 시각에 반박하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졌나? 교직원을 폭행했나? 총장을 매달았나? 대체 뭐가 폭력적이라는 거지? 락카칠, 계란 던진 게 폭력적이라면 눈사람 부수는 건 사회 문제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 댓글은 '폭력'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첫째,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도 경우에 따라 재물손괴죄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노력과 시간이 투입된 창작물을 악의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닙니다. 하물며 수많은 학생과 교직원이 공유하는 교육 공간이자 엄연한 사유재산인 학교 시설물을 훼손하는 행위의 위법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둘째, 폭력은 반드시 물리적 신체 접촉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재산을 무단으로 훼손하는 행위,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마비시키는 업무방해, 특정인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협박과 소음 시위 등은 모두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하는 명백한 '폭력'**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사람'이 아닌 '건물'이나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그 행위의 폭력성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초기에 학교 측조차 이 사태를 '폭력 사태'로 규정하며 단호한 조치를 예고했던 바 있습니다.

결국 '이 정도가 무슨 폭력이냐'는 주장은, 자신들의 행위가 타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고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3. '흐지부지' 선례가 남길 위험성: 검찰의 선택과 남은 과제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피해자인 학교 측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검찰의 고민은 깊어질 것입니다. 재물손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지만, 피해자의 의사는 양형이나 기소 여부 결정에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됩니다. 이로 인해 정식 재판까지 가지 않고 기소유예 등으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가벼운 처벌이나 불기소로 종결된다면, 우리 사회에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목적이 정당하다면 불법적인 수단도 용납될 수 있다'거나, '학생이라는 신분은 불법 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복구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할까요?

  1. 국민 세금? : 오세훈 시장의 발언처럼, 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납니다.
  2. 학교 예산? : 학교가 자체 예산, 즉 다른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구성된 교비로 이를 복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는 사실상 아무 잘못 없는 다른 재학생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3. 가해 학생들의 배상? : 법과 원칙에 따르면 이것이 가장 타당한 해결책입니다. 민사 소송 등을 통해 훼손 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결론: 진정한 '참교육'은 무엇인가?

동덕여대 사태를 되짚어보며 우리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는 시위의 자유는 분명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릅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잘못을 무조건 감싸고도는 것이 과연 진정한 교육일까요? 오히려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교육기관이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참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락카 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동덕여대 캠퍼스는 지금 우리 사회에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목적을 위한 폭력은 정당한가?", "자유와 책임의 경계는 어디인가?", "진정한 교육은 용서인가, 아니면 책임의 무게를 가르치는 것인가?" 이 사건의 마무리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 질문들에 어떻게 답해나갈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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