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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이민의 현실: 65세 부부의 태국이민 실패기

by 웨더맨 2025.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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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이민의 현실: 65세 부부의 태국이민 실패기


은퇴후 동남아 이민을 선택한 이유

안녕하세요. 저는 65세 김정수입니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아왔고, 세무 공무원으로 30년을 근무한 후 3년 전에 은퇴했습니다. 아내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고, 우리는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 덕분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퇴직 후 우리 부부는 각자 1억 5천만 원의 퇴직금을 받아 총 3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합하면 매달 280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독립했고, 서울에 30평대 아파트도 있었지만 우리는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국에서 노후를 보내면 계속 돈이 나갈 거야. 차라리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서 여유롭게 살자.”

이런 고민 끝에 동남아 이민을 결심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외식 한 번도 부담스러웠지만, 동남아에서는 5천 원이면 한 끼 해결이 가능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월 150만 원으로도 한국에서 월 300만 원을 쓰는 것보다 훨씬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후기가 넘쳐났습니다. 결국, 서울 아파트를 정리하고 3억 원을 가지고 태국 이민을 결정했습니다.


태국에서의 첫달: 꿈같은 생활

처음 한달은 정말 꿈 같았습니다. 푸켓에서 바다가 보이는 콘도를 빌리고 매일 아침 해변을 산책했습니다. 30년 넘게 일만 하며 살아온 우리에게 이런 한가로운 시간이 주어지다니, 그 자체로 행복했습니다.

아내도 만족스러워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았어. 한국에서는 한 끼 2만 원짜리 식사도 부담이었는데, 여기선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5천 원이면 해결되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민의 현실: 언어 장벽과 외로움

몇 개월이 지나자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왔습니다.

  1. 언어 장벽: 우리는 태국어를 전혀 몰랐고, 영어도 간단한 단어만 알아들을 수준이었습니다. 번역 앱을 사용하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시장에서 장을 볼 때조차 소통이 어려웠습니다. 현지인들은 빠르게 말을 쏟아냈고, 우리는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2. 사회적 고립: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술 한잔하며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었지만, 태국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한인 교회에도 가봤지만, 이미 형성된 친목에 끼어들기 어려웠고, 이민 초기에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기 쉽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3. 문화 차이와 무료한 일상: 처음에는 매일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이 좋았지만, 몇 달이 지나니 지루했습니다. 한국 음식을 사 먹기엔 가격이 너무 비쌌고, 결국 직접 김치를 담가 먹으며 한국을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귀국 결심: 2년만의 실패한 이민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우리 다시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지금 돌아가면 뭐가 남겠어?”

서울 집도 정리했고, 남은 돈은 1억 2천만 원뿐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단호했습니다.

“이렇게 살면 우울증 걸릴 것 같아. 우리한테 맞는 삶이 아니야.”

결국, 우리는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귀국 후 현실: 반지하 생활과 경제적 어려움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는 큰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서울 아파트는 이미 정리된 상태였고, 집값은 너무 올라 다시 사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경기도 외곽의 작은 반지하 빌라를 계약했습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계약했지만, 막상 생활해보니 차이가 컸습니다. 습기 많은 환경,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공간, 층간소음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우리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남은 돈은 1억 원 정도였습니다. 최대한 아껴 써야 했고, 우리는 다시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나는 세무 상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달에 60~70만 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아내도 도서관에서 파트타임 사서로 일하며 50만 원 정도를 벌었죠. 여기에 국민연금 280만 원을 합쳐도 한 달 400만 원으로 빠듯한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이민을 다시 고려하지 않는 이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언어 장벽과 외로움이 예상보다 훨씬 큰 문제였다.

노후의 행복은 물가가 아니라 삶의 만족감에서 온다.

익숙한 환경과 정서적인 교류가 중요하다.

무리한 결정은 결국 후회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제 다시 이민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즐겁게 사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작은 집에서 소박하게 살더라도, 한국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민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떠날 땐 쉬워도 돌아올 땐 너무 많은 걸 잃어야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저희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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